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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
전 초세계급 마약 제조사
▷ 이름 없는 재능인. 아이와 거래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 A씨 '라 일컫었다. 대중적으로 알린 적 없이 오롯, 인터넷으로만 활동하고 판매해 그 정체를 아는 사람은 존재치 않는다. 구매자가 얼굴 공개를 원하더라도 그에 응하지 않았고 되려 거래를 중지, 차단하기까지 했다. 이에 어떤 사람은 " 분명 경찰에 들키고 싶지 않은 거겠지. "라 했고, 또 어떤 사람은 " 다른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유추하기도 했다.
(물론 현재까지도 수면 밑에서 자와자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작 아이는 관심이 없어보인다.)
▷ 의학적으로 사랑받는 D제 또한 약품 등록 시 지인의 지인을 거쳐 진행했기에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 알 수 없다.
▷ 인체에 무해한 마약(중독성은 그대로,)도 여럿 만들었지만 아직 실험단계라 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테스트 중. 현재까지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건 B제, C제, D제 정도.
▷ 블로그나 개인 SNS 등. 자신만의 독학 비법을 올리지만 꾸준히 삭제당하고, 또, 질 수 없다는 듯이 다시금 올린다. (...)
▷ 유명 운동선수의 도핑 결과, (A씨에게서 구입한)근력 증강제와 기억력 증강제를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한동안 메스컴을 떠돌았다. 이 뿐아니라, 유명 아이돌이나 연예인의 마약 루머가 돌 즈음이면 ' 마약의 출처가 A씨 '라는 사실 또한 함께 드러나는데. 다만 실체 없는 안개와도 같기에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현 경찰들의 입장. 최근들어 마약에 대한 위험성을 일깨우는 캠페인이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 아이가 만들어낸 마약에는 다양한 사용법이 존재했다. B제를 예로 들어볼 적, 혼수 상태에 빠지게 함과 동시에 바라는 기억과 꿈을 불러일으켜 추억을 생생히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약물을 치사량 수준으로 주입 시, 별다른 고통 없이 숨이 끊어져 사망할 수 있기에 안락사 대용품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자의 경우─ 자신의 흐린 기억 속에 존재하는 추억을 가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해주며 후자의 경우─ 자연사를 바라지만 고통은 싫은 환자들. 혹은 일반인에게 달콤한 절망을 주었다.
(사람들은 아이를 잿빛의 절망으로 물든 별이라 일컫었다.)
[인지도]
★★☆☆☆
→ 아이의 얼굴은 물론, 목소리조차 아는 사람이 없다. 알려진 것이라곤 ' 어떤 일을 하는 사람 ', ' 어떤 경로로 A씨의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지 '정도의 단편적 정보가 고작.
[성격]
이성적이며 차분한
:: 평소 새큼달큼한, 톡톡 튀는. 무언가 인위적 향신료 같은 성격과는 달리 아이의 본래 모습은 꽤 차분하고 고요한 새벽녘의 호수와도 같았다. 무엇이든 이성적으로 생각했으며 쉽게 흥분하는 일 없는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방긋방긋 입가의 웃음을 유지하기 위해 붕붕 뜬 척 노력했던 이윤, 자신이 줄곧 봐왔던 동생의 성격과 그것이 꼭 닮아있기 때문. 2년 전─ 모종의 이유로 성격이 축 가라앉은 동생을 대신, 그 성격을 따라하기로 결심했다며.
(서로를 둘도 없을 사람이라 생각하는 쌍둥이. 아주 어려서부터 한 명이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한 명이 다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로 약속했기에 어쩔 수 없다나.)
박애주의?
:: 아이는 모든 것을 공평히 사랑했다. 자신에게 시선을 주고, 애정을 주고, 말을 걸며, 저로인해 희망을 갖는 그 모든 이들을. 비단 그들 뿐 아니라 자신을 폄하하는 이들까지도 아이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의 감정을 내보였다. 그들에게 사랑을 표하면 상대방 또한 눈 녹듯 오해를 풀고 사랑스레 말을 걸며 다가오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기에.
(사실, 아이의 사랑은 부모로부터 비롯되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과 애정은 ' 당연스레 타인에게 내어주어야 마땅한 감정 '이라 줄곧 주입시키듯 교육했으므로. 말을 못 하는 아기 때부터 본인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어린이 때까지 아이들 스스로의 결정은 그 어디에도 존재치 않았다. 그저 부모가 옳다 말하는 것은 자신들에게도 무조건적으로 맞는 말이라 생각해 불만을 표하지 못했던 것. 사소한 습관같은 일임에도, 차후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치고 만다.)
의심
:: 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걸까? 단순 ' 아이돌 '이거나 ' 재능을 가진 유명한 사람 '이기 때문에 우스운 헛소리에도 어울려주는 건 아닌지─아이는 끊임없이 주변을 의심하고, 불신했다. 타인이 자신에게 애정을 주려 할 때마다 본인 스스로가 의심하며 거부하고, 선을 긋고있단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어느날 아이는 한 가지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 그렇다면 나를 사랑하는지 실험해보는 거야! ".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무엇에 손을 대든 상관치 않고 변함없는 눈빛으로 ' 친구 ', ' 가족 '이라 말해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자신이 이제껏 타인에게 보인 무조건적인 사랑의 보답을 바라는 셈.)
[기타]
선물의 이유
:: 이따금 주머니 한가득 들고다니는 사탕, 초콜릿, 젤리. 또 가끔은 자신이 직접 만든 수제 디저트. 상대방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별 마음이 없든 아이는 습관처럼 무언가를 건넸고 아이의 오랜 지인들은 건네는 것을 습관처럼 받아들였다. 무언가를 퍼주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에 처음 아이를 마주하는 몇몇의 사람들은 부담스러운 선물 세례를 거절하기도, 회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늘, 처음 선물을 건네는 것마냥 자신의 마음을 베풀었다. 정 싫어하면 두 번 행동치 않지만─ 자신이 상대방을 사랑하며 애정하고 있단 사실을 눈으로 보이고 싶었을 뿐.
(다만 아이의 사랑과 애정에는 상대방을 실험하고픈 정신도 함께해, 소량의 마약을 섞어놓은 것이 대부분.)
(+ 콘서트에 온 자신의 팬이며 서포트해주는 스탭들에게도 자신의 사랑을 선물했다. 아이의 콘서트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는 수 많은 이유 중 하나로 " 가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잡 생각이 안 들어요. "가 꼽힐 것.)
중독성?
:: 아이의 선물은 늘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았다. 직접 만든 마들렌, 머핀, 쿠키, 티라미수. 그 밖의 모든 달큰한 간식류는 알 수 없는 중독성을 보였는데. 아이의 수제 디저트 선물을 받은 어떤 사람은 " 어저께부터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잠을 자려고 누우면 환청도 들리고, 잠을 덜 자서 그런가요? ", 또 어떤 사람은 " 너무 맛이 좋아 개인적으로 부탁했어요. 돈까지 줘가며! 이상하죠? 그치만 맛있으니까 끊을 수 없어요. 벌써... 두 달이 다 돼 가네요. "라며. 각각의 의문을 표하긴 했지만 당사자에게 가 직접 묻거나 따지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에게 받은 선물이 너무 기쁜 탓에 환각을 보는 건? 너무 맛있는 이유도 아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겠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때문.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아이가 타인에게 주는 음식에는 늘, 미량의 마약이 섞여있었다.
(동생이 이유를 묻자 " 나를 좀 더 찾아주도록, 잊지 않도록 마법을 걸었어. "라며 엉뚱한 답을 했다.)
부모의 직업과 아이의 천재성
:: 성악가인 아버지와 화학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나하라 쌍둥이. 그 중, 언니 하나에는 유독 어머니의 일에 관심과 흥미를 보였다. 걸어다닐 수 있을 만큼의 나이가 되었을 땐 친구들과 놀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일보단 어머니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자주 실험실을 들락날락하는 것을 더 즐겼다. 어린 아이에겐 자극적인 약품이 많아 여러 보안장치를 달거나 아이를 재운 후 몰래 숨죽여 나오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아이가 알아차려 무용지물이 됐다며. 어머니는 자신의 시선이 닿는 곳에만 있으란 조건을 걸고 아이를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허락해주었다. 기껏해봐야 이런저런 약품을 섞거나 오랜 시간,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치는 가설 증명 정도만 관찰할 텐데. 싶어서.
(아이는 별 말 없이 제 어머니의 곁에만 폭 붙어 이리저리 쏘다니며 많은 것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지켜보았다. 앙 다문 입 안에선, 수 십. 수 천 가지의 언어들로 하여금 본인 스스로의 지식으로 만들어 습득하는 과정을 무수히 거쳤다. 덕분에 직접 체험하지 않더라도 대강의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어떤 약품과 어떤 약품을 섞어 폭발이 일어났다, 색과 그 성질이 변했다... 정도야 한 눈에 보면 척인 수준.)
새벽녘, 쌍둥이
:: 동생과는 늘 사이가 좋았다. 무언가 공통된 주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하루 일과 털어놓기, 오늘 꾼 꿈이며, 소소하게는 하루를 통틀어 먹은 물의 잔 수까지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어려서부터 둘만의 버릇으로─ 겨울철. 산타할아버지가 방문하는 크리스마스 만큼이나 기대되는 밤의 이야기 시간. 새벽 달이 뜬 그 시간 만큼은 아이들의 부모 또한 상관치 않았다. (쌍둥이만이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있지 않을까? 하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이해해준 것.) 폭신한 침대에 서로 누워 손을 꼭 맞잡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마치 달빛의 자장가와 꼭 닮아있었다.
동생, 나루(響)
:: 위에서 밝혔다시피 무척이나 사이 좋은 쌍둥이. 타인에게 버릇처럼 내미는 미량의 마약도 제 동생에게는 일절 권하지 않았다. 무언가 소중한 보석 다루듯 늘 동생이 깨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으며 새벽에 고열이라도 날 적이면 저와 키도, 몸무게도 비슷한 동생을 들춰업고 양말도 안 신은 채 응급실로 냅다 뛰기도 했으며 몸에 생채기라도 났을 적엔 제가 대신 아파하듯 눈물까지 뚝뚝 흘려댔다. 과보호라 생각할 수 있지만 하나에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일란성 쌍둥이기에 얼굴마저도 똑같아 머리카락 길이, 평소의 표정 정도로만 구별 가능한 아이들. 하나에가 데뷔하고 한창 인기몰이를 할 적, 한 번은 바깥에 잠깐 산책나온 나루를 하나에로 착각해 수 많은 파파라치가 몰려와 괴롭게 했던 것. 그 날을 기점으로 트라우마가 생겨 제 가족이 아닌 사람을 보면 심각하게 겁먹게 됐다.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거나 몇 마디 이야길 나누는 게 고작인 나루. 가엽고 안쓰러운 제 동생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숨막히는 과보호로 이어진다 할 지라도.
사랑
:: 타인에게 늘 애정을 베풀기만 했던 지난 날들. 아이는 불현듯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늘 진심인 자신과는 달리─ 타인의 사랑은 말 뿐인 거짓인 건 아닐까? 돌아오는 대답(보답)없는 사랑은 과연 사랑이라 할 만한 것인지. 늘 쌍둥이에게 습관적인 애정(베푸는 것)을 바라는 부모님. 아무 말 않고 숨죽여 자신의 손에 닿는 것들을 사랑하는 여동생. 더불어, 거부치도 못하며 부모의 바람에 그저 응할 뿐인 자신. 무언가 엇나간 상황이라 인식은 할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이제껏 붙잡아온 사랑을 포기하면 해결되는 일이지만 줄곧 사랑을 강요당해온 아이의 입장으로선 옳고 그름마저 흐려져 자신이 무엇을 해야 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
마약 제조사와 아이돌
:: 아이는 자신만의 사랑을 꾸려나가기로 결심하는데. 우선, 자신의 사랑을 실험할 대상이 필요했다. ' 실험 '으로써 마약을 만들었고 순탄한 성공을 위해 아이돌을 꿈꿨다. 외적의 관찰 가능한 ' 아이돌 하나에 '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적의 관찰 불가능한 ' 마약 제조사 하나에 ' 또한 동등히 사랑해줘야 했다.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갖든, 무슨 형태를 띄든 상관치 않고 그저. 자신에게 애정어린 진심을 건네주길 바랐던 아이.
(더불어 아이는 소소한 일기 적는 습관을 들였다. 자신을 제대로 사랑해준 사람에게는 파란색 펜으로 동그라미를, 자신을 제대로 사랑해주지 않은 사람에게는 붉은색 펜으로 가위 표시를.)
B제(물에 희석하는 뽀얀 가루)
:: 아이의 애정을 듬뿍 받는 마약. 치사량을 한 번에 주사 시 몽롱함과 동시에 잠에 빠져들고 수 분 내에 숨이 정지한다. 경구 섭취도 가능하나 효과를 볼 때까진 3~5시간 정도가 소요되므로 효과 빠른 주사제 사용이 잦다. 조금씩 나눠 주사 시, 약 2~3시간 동안 혼수 상태로 만들어준다. 다만 호흡이 얕으므로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사망 목적이 아니라면 호흡을 관찰하며 숨이 잦아들 때, 길항제(F제)를 투여해줄 또다른 인원을 필요로 한다. 효과는 혼수 상태 시, 자신이 원한 꿈이나 기억을 불러들여 마치 현실인 것마냥 즐길 수 있다.
(뇌의 기억 공간에 자극을 줘 단기적이었던 기억을 강제적으로 끄집어내는 것.)
(+ 보통은 자신의 추억이나 꿈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사용이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안락사 약물을 대신해 사용하기도 한다. 고통 없이 숨이 정지하므로. 만약 평소 마약을 자주 접했던 사람이라면 일반인의 1.5배 양을 주사해야 한다.)
C제(마젠타 색과 아침 햇빛이 적절히 섞인, 물약)
:: C제는 아이가 이름짓길, ' 유니콘의 눈물 '이라고.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기억력 증강제. (타 약물과 비교했을 적,) 인체에 무해한 편이며 뇌를 자극해 활성화 시킨다. 치사량은 없는 편이지만 과량 복용 시 15초~5분 간의 짧은 혼돈 상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적당량 복용이 우선된다. 만약 혼돈 상태로 접어들 적, F제를 주사하면 수 초 내로 의식을 되찾는다. 신비로운 색을 띄나 타 음식물과 섞일 적 투명히 변하므로 종종 자신의 디저트에 첨가한다. 향은 달짝지근한 복숭아 향.
(아이가 만든 쿠키에 들은 물약. 달짝지근한 향이 나는 것도 이때문.)
D제(무색무향의 투명한 앰플)
:: 의료용으로 널리 알려진 마약성 진통제. 값이 싸며(morphine과 값이 비슷해 대체 약물로 많이 사용된다.) 부작용이 적은 편. 하지만 과량 투여시 불쾌감을 느끼며 동시에 호흡수가 저하된다. F제 투여시 증상이 호전되며 수 초 내로 정상 호흡수를 되찾게 된다.
F제(무색무향의 투명한 길항약)
:: B, C, D제의 길항약. 부작용으로 환각이 더 심해져 주변 인식이 불가능하거나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 아주 극소수에게서만 나타나는 반응이다.
[과거사]
다정한 부모의 밑에서 고운 음색을 사랑하며 자라난 일란성 쌍둥이, 하나에와 나루.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결핍된 무언가가 존재했다. 타인에게 늘 상냥하던 부모는 자신들의 ' 상냥함 '을 아이들에게 강요했고, 무의식적으로 몸에 익혀놓아 ' 억지된 친절과 사랑, 애정 '을 주변에 실천케 했다. 부모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쌍둥이지만 알 수 없는 친절과 사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되려 사랑에 대한 의심을 품었으면 품었지.
나루는 집에서 책 보는 일을 즐겼지만 하나에는 조금 더 활동적인 것을 사랑했다. 실험실로 향하는 어머니의 뒤를 쫓아 이상하고 몽롱한 약물의 향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어머니의 실험이 실패한 날이면 일기장에 실패 이유를 꼼꼼히 분석해 스스로 해답을 내고자 했으며 연구실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설의 모순을 찝어내 지적할 줄 알았다. 단순 어린 아이의 투정어린 트집이라 하기엔 자신들이 간과한 사실이 분명히 존재했기에 별 말 없이 지적을 받아들여 수정했고 그 결과, 둘도 없는 완벽한 성공(가설의 증명)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아이의 도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 아이니까 ', ' 우연일 거야 '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아이들은 그럼에도 무럭무럭, 별 탈 없이 자라났다. 봄이면 벚꽃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소박히 꽃놀이를 즐겼고, 여름이면 형형색색의 꽃이 심어진 마당 구석에서 불꽃놀이를 했으며, 가을이면 조금은 쌀쌀해진 날씨에 가족끼리 서로 모여 뜨개질을 하며 수다를 떨었고, 겨울이면 따끈한 코타츠에 둘러앉아 새큼하고 달콤한 귤을 한 입 가득 집어넣으며 여유로이 지냈다. 사랑함에도, 주변 친절과 사랑으로 인해 조금의 틈이 생긴 가족의 사이. 무언가 삐걱대는 듯했지만 동시에 잘 맞물려 굴러가는 거대한 톱니바퀴와도 같았다.
아이가 9살 즈음 됐을까. 생일 선물로 무엇이 갖고싶으냔 말에 두 번도 생각 않고 씩씩한 목소리로 " 내 실험실! "이라 말하며 졸라대는 아이에, 부모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그마한 연구실을 하나 꾸며주었다. 각종 실험기구며 약품이 빼곡한 연구실. 새뽀얀 벽지와 바닥, LED 전구까지. 무엇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곳. 이런저런 제약과 함께(밤 늦게까지 홀로 연구실에 머무르지 말 것. 밥은 제때제때 챙겨먹을 것. 폭발이나 화재 사건이 생기면 응급 벨을 눌러 부모에게 알릴 것 등.) 아이는 드리어 자신만의 연구실을 얻게 된다.
어려서부터 줄곳 봐왔던 약물 제조를 자신의 손으로 해내는 쾌감은 말로 이루 할 수 없을 것. 아이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매일을 연구실에서 보내게 된다. 늘 톡 쏘는 듯한 약품 냄새가 아이의 주변을 맴돌았고 눈도 슬슬 나빠져(방 안에서도 연구에 대한 것으로 머리가 가득 차 달빛을 빛 삼아 어렵사리 책 읽는 일이 많았기에) 두껍고 둥근 안경까지 맞춘다. 그럼에도 아이는 즐거웠다. 자신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두근거림과 더불어 제 어머니를 흉내내는 것을 통해 부모를 이해하고자 했기에.
어느 날, 아이는 우연찮은 기회로 마약 제조에 성공케 된다. 몇 번의 수정과 보완 끝에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B제. 그 이후로도 C제, D제, F제... 수 많은 약물들을 만듦에 성공했지만 한 번도 제 부모에게 알린 적이 없었다. 오직 아는 것은 제 쌍둥이 동생 뿐.
(동생마저도 자세히, 완벽히 아는 것은 아니다. 늘 흥분으로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두근거림을 형용할 수 있는 단순한 몇 개의 문장만 뱉어내고 말았으니.)
계속해서 자라나는 아이. 결여된 사랑을 모른척 하기엔 힘들게 앓아온 날이 길어 해소시킬 어떠한 것이 필요했다. 그로인해 탄생된 ' 사랑 실험 '.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알 수 없는 부모며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으로 어떠한 모습일 지라도(마약 제조사) 변함없는 시선으로 사랑해 준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겨있다. 처음은 자신이 제조한 소량의 마약을 섞어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 마약에 중독돼 자신만 찾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묘한 맛이라 여겨 더이상 먹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상관치 않고 무언가를 계속해서 타인에게 건넸는데.
14살이 되었을까. 갑작스레 오디션 프로그램에 줄연을 결정, 그와 관련된 신청서를 가족에게 말 하나 없이 써내고 만다. 말릴 새도 없던 부모는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하라며 등을 떠밀어주고 곁에서 진심어린 응원을 해준다.
(부모는 아이의 꿈이 화학자에서 아이돌로 갑작스레 변한 것이라 착각했지만 사실, 자신의 실험을 위한 사람 모집을 위한 것. 아이돌이 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 또한 늘어날 테지. 어쩌면 기묘한 자신과의 연을 잇어 친구가 되어주겠다 나서는 사람 또한 있을 수 있고.)
아버지의 목소리를 꼭 닮은 달큰한 목소리로 무수히 많은 호평과 함께 인기몰이를 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아이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그 기세를 몰아 일본 유명 엔터테인먼트의 스카웃 제의를 수락, 정식으로 아이돌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간간히 제조한 마약을 타인에게 판매하며 남모를 수익을 쌓아가게 된다. 사회적인 이미지도 중요하겠지, 싶어 쌓인 금액의 전부는 각종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나.
자신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아이돌인 하나에와 마약 제조사인 하나에)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아이. 언제 즈음이면 자신의 강요된 사랑을 탈피하고 자신이 바라는 사랑을 찾을 수 있을 지.
[소지품]
가루 마약 (B제)
1CC 주사기 2개
시험관 1개 (C제, 기억력 증강제)










